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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풍, 시린 분과 붓는 분은 원인이 다릅니다 — 염증을 끄는 약이 잘 듣지 않는 이유
블로그 2026년 9월 10일

산후풍, 시린 분과 붓는 분은 원인이 다릅니다 — 염증을 끄는 약이 잘 듣지 않는 이유

서세욱
의료 감수 서세욱 대표원장

안녕하세요? 이천 경희약손한의원 서세욱 원장입니다.

출산하고 몇 달이 지났는데도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이 낳고 나서 손목이 계속 아픕니다. 발목은 아침마다 부어 있고요. 검사에서는 다 정상이라는데, 저만 이런 건가 싶어요."

산후풍은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참는 분이 많습니다.
다만 참는다고 지나가지 않습니다. 아이를 안느라 손목을 쉬게 할 수 없는 시기라, 통증이 줄어들 틈이 없습니다.

창가에서 아기를 안고 서 있는 산모의 뒷모습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산후풍은 하나의 병 이름이 아닙니다. 출산 뒤에 회복이 몸을 따라오지 못해 생기는 세 가지 상태를 함께 부르는 말입니다.

  • 바람이 스치면 시리고 관절이 찬 분 — 몸을 데우는 힘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 손목과 발목이 붓고 아픈 분 — 임신 동안 늘어난 물이 덜 빠졌고, 느슨해진 인대에 아이 무게가 얹혔습니다
  • 땀이 흐르고 어지럽고 기운이 없는 분 — 출산과 수유로 빠져나간 것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세 가지는 대개 겹쳐서 옵니다. 다만 어느 것이 앞에 나와 있는지에 따라 쓰는 약이 갈립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산후풍은 염증을 끄는 약으로는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통소염제를 드셔도 그때뿐이었던 분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분께는 끄는 대신 회복하는 힘을 올리는 처방을 씁니다. 실제 경과를 뒤에서 함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첫번째, 바람이 스치면 시린 분

가장 널리 알려진 산후풍입니다.

여름에도 무릎과 발목이 시립니다. 선풍기 바람이 스치면 뼈 안쪽이 아리고, 찬물에 손을 담그면 손목까지 저릿합니다. 이불 밖으로 나온 발이 시려 양말을 신고 주무시는 분도 많습니다.

출산할 때는 피가 빠져나갑니다. 몸을 도는 피의 양이 줄면 손끝, 발끝, 무릎처럼 끝에 있는 곳부터 식습니다. 여기에 출산 직후 여성호르몬이 뚝 떨어지면서 몸이 온도 변화를 예민하게 느끼게 됩니다. 같은 바람인데 유독 차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산후 혈허(血虛)라고 했습니다. 몸을 데우고 적시는 재료가 모자라진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산후에는 데우고 채우는 약을 먼저 썼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시리다고 땀을 억지로 내시면 안 됩니다. 두꺼운 이불을 덮고 땀을 빼면 그때는 개운한데, 빠져나간 만큼 다음 날 더 시립니다. 따뜻하게 하는 것과 땀을 내는 것은 다릅니다.

  • 여름에도 무릎, 발목, 손목이 시리다
  •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닿으면 그곳이 아리다
  • 양말을 신어야 잠이 든다
  • 찬물에 손을 담그면 통증이 올라온다

두번째, 손목과 발목이 붓고 아픈 분

요즘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뵙는 유형입니다.

임신 중에는 아기가 나올 길을 넓히려고 인대를 느슨하게 만드는 호르몬이 나옵니다. 이 호르몬은 출산했다고 바로 없어지지 않고 몇 달 더 남아 있습니다. 관절을 잡아 주는 끈이 헐거운 채로, 하루에 수십 번 아이를 안는 시기가 겹치는 것입니다.

손목이 먼저 아픈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아이 머리를 받칠 때 엄지를 벌리고 손목을 바깥으로 꺾게 되는데, 이 동작이 반복되면 엄지 아래를 지나는 힘줄과 그 힘줄을 감싼 막이 붓습니다. 붓기가 다 빠지기 전에 다음 날 또 안게 되니 통증이 점점 심해집니다.

발목은 물이 더 큰 문제입니다. 임신 동안 몸을 도는 물의 양이 크게 늘었다가 출산 뒤 몇 주에 걸쳐 빠지는데, 이 시기에는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 종아리 근육이 덜 움직입니다. 근육이 짜 주지 않으면 물은 가장 아래에 남습니다. 저녁이 될수록 발목이 굵어지고 신발이 조이는 것이 그래서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물이 돌지 못하고 머무는 것을 수습정체(水濕停滯)라고 했습니다. 산후에는 이것이 기운 부족과 함께 옵니다. 그래서 물만 빼는 약을 쓰면 기운이 더 빠집니다. 물을 돌리는 힘을 같이 올려야 붓기가 줄고, 줄어든 채로 유지됩니다.

  • 엄지 아래 손목이 아프고, 아이를 안을 때 찌릿하다
  • 아침에 손이 뻣뻣하고 주먹이 잘 안 쥐어진다
  • 저녁이면 발목과 발등이 부어 신발이 조인다
  • 손목 보호대를 차면 덜한데, 벗으면 그대로다
수유 쿠션 위에 손목 보호대를 한 팔을 올려 둔 모습

세번째, 땀이 나고 기운이 빠지는 분

통증보다 기운이 먼저 문제인 분들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자다 깨면 등이 젖어 있습니다. 일어설 때 눈앞이 캄캄하고, 계단 몇 개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 것도 이 시기입니다.

출산으로 피가 빠졌고, 수유로 하루에 적지 않은 영양이 아이에게 갑니다. 잠은 두세 시간씩 끊어 자게 됩니다. 채워지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빠른 몇 달입니다. 몸의 자동 조절 기능이 지치면 땀과 체온 조절이 먼저 흔들립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혈양허(氣血兩虛), 저절로 나는 땀을 자한(自汗)이라고 했습니다. 땀이 나는 것을 열이 많아서로 보지 않고 붙잡아 두는 힘이 약해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이 유형에는 열을 내리는 약이 아니라 채우고 붙잡는 약을 씁니다.

  •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자고 나면 등이 젖어 있다
  • 일어설 때 눈앞이 흐려지거나 어지럽다
  •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
  •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빠진다

내 몸은 어느 유형일까요

세 가지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불편이 무엇인지로 대개 갈립니다.

  • 바람과 찬 것이 제일 괴롭다 → 첫번째, 데우고 채우는 처방으로 갑니다
  • 손목이 아프고 발목이 붓는다 → 두번째, 부은 곳을 내리면서 물을 돌립니다
  • 아픈 것보다 기운이 없고 땀이 난다 → 세번째, 붙잡는 힘부터 올립니다

둘이 함께 있는 분도 많습니다. 손목이 아프면서 기운도 없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때는 기운을 올리는 것을 먼저 하고, 통증 치료를 같이 붙입니다. 회복하는 힘이 있어야 부은 곳도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최근 진료실에서 본 경과

얼마 전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오셔서 출산하신 분이 내원하셨습니다. 기후도 산후조리 방식도 낯선 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시기였습니다.

오셨을 때는 양쪽 손목이 아프고 발목이 눈에 띄게 부어 있었습니다. 진통소염제를 드셨는데 반응이 약했습니다.

몸을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몸이 마르고 소화가 약한 편이었고, 몸이 잘 차가워지는 체질이었습니다. 사상체질에서 소음인이라고 부르는 전형적인 체격이었습니다. 혈압도 103에 61로 낮았습니다.

이런 분께 염증을 끄는 방향으로만 가면 잘 듣지 않습니다. 부은 곳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가 염증이 심해서가 아니라 회복하는 힘이 모자라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소화를 살려 약이 흡수되게 하고, 몸을 데우면서 물을 돌리는 힘을 올리는 처방을 썼습니다.

통증은 0에서 10 사이 숫자로 매겨 기록합니다. 10은 참기 어려운 정도, 0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적어 두면 좋아진 만큼이 눈에 보입니다.

한 달 복용하신 뒤 다시 재보았습니다.

  • 왼쪽 손목 10 → 3
  • 오른쪽 손목 5 → 0
  • 발목 붓기 10 → 5

오른쪽 손목은 통증이 없어졌고, 왼쪽은 아이를 주로 받치던 손이라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발목 붓기는 절반으로 줄어 저녁에 신발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경과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만 이 경우처럼 진통소염제에 반응이 약하고 혈압이 낮고 소화가 약한 분은, 염증을 끄는 방향보다 회복하는 힘을 올리는 방향이 맞는 때가 있습니다. 그 판단을 하려고 진찰에서 맥과 배, 혈압, 소화, 땀을 함께 봅니다.

거실 소파 끝에 놓인 쿠션과 담요, 옆에 놓인 물컵

한의원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같은 "출산하고 아프다"도 몸에서 부족한 것이 다릅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픈 곳만 보지 않습니다.

맥과 배를 보고, 혈압과 체온을 재고, 땀이 언제 나는지, 소화가 되는지, 오로는 정리되었는지, 잠은 몇 시간씩 끊어 자는지를 여쭙습니다. 검사 수치로는 잘 잡히지 않지만 회복하는 힘을 가르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아픈 손목을 초음파로 직접 봅니다. 엄지 아래 힘줄을 감싼 막에 액이 고인 것인지, 관절 안에 물이 찬 것인지는 겉에서 만져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화면을 같이 보시면 본인 손목에서 무엇이 부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시린 분 — 데우고 채우는 처방을 씁니다. 바람에 아린 느낌이 먼저 줄고, 관절이 덜 시려진 이후에 잠도 깊어집니다
  • 붓고 아픈 분 — 물을 돌리는 힘을 올리면서 부은 곳을 직접 가라앉힙니다. 손목은 침과 약침으로 풀고, 깊은 곳이면 초음파로 보면서 놓습니다
  • 기운이 빠지고 땀이 나는 분 — 붙잡는 힘부터 올립니다. 땀이 줄고 어지럼이 가라앉은 이후에 통증도 함께 내려갑니다

언제부터 시작하면 되는지 물어보시는 분이 많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하신 직후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기다리셨다가 오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처음에 무엇부터 쓸지는 몸 상태를 보고 정합니다. 제왕절개로 낳으셨는지, 오로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봅니다.
수술로 낳으신 분은 수술에서 회복하는 처방을 먼저 쓰고, 몸이 올라오면 산후조리 처방으로 넘어갑니다. 오로가 많이 남아 있는 분은 오로를 먼저 정리하고 산후조리 처방을 씁니다. 순서를 정하는 것이 진찰에서 하는 일입니다.

몇 년이 지난 뒤에 오셔도 늦지 않습니다. 오래된 산후풍은 회복하는 힘이 그만큼 오래 모자랐던 것이라, 채우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산후풍이 아닐 수 있어 다른 원인도 함께 확인합니다.

  • 한쪽 다리만 부으면서 종아리가 아프고 그곳이 뜨거울 때
  • 38도가 넘는 열이 나거나 오로에서 냄새가 날 때
  • 기분이 계속 가라앉고 잠을 아예 못 주무실 때

내원하시면 여기까지 함께 확인해 드리고, 검사가 필요하면 바로 안내해 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립니다.
산후 회복은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단위로 봅니다. 열 달에 걸쳐 달라진 몸이라 돌아오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대신 시작할 때 아픈 곳마다 숫자를 매겨 적어 두고, 한 달 뒤에 다시 재서 말씀드립니다. 줄어든 만큼을 보고 처방을 이어갈지 바꿀지 정합니다.

집에서 같이 해주셔야 할 것

  • 아이는 손목이 아니라 팔 전체로 안습니다 — 엄지를 벌려 머리를 받치는 대신 팔뚝 안쪽에 눕히십시오. 수유 쿠션을 받쳐 팔 무게를 덜면 손목이 쉬어 갑니다
  • 수유할 때 팔꿈치 아래를 받칩니다 — 팔이 허공에 떠 있으면 그 무게를 손목이 받습니다. 쿠션이나 접은 담요를 팔꿈치 밑에 두시면 됩니다
  • 낮에 두 번,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립니다 — 누워서 발밑에 쿠션을 받치고 10분이면 됩니다. 저녁 발목 붓기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 종아리를 자주 움직입니다 — 앉아 계실 때 발끝을 위아래로 스무 번씩 까딱이십시오. 종아리 근육이 물을 위로 올려 보냅니다
  • 따뜻하게 하되 땀은 내지 않습니다 —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손목과 발목을 덮어 주십시오. 두꺼운 이불로 땀을 빼면 다음 날 더 시립니다
  • 단백질을 매 끼 챙겨 드십니다 — 고기, 생선, 두부, 달걀 중 하나는 꼭 들어가야 합니다. 미역국만 드시면 채워지지 않습니다
  • 낮에 짧게라도 나눠 주무십시오 — 아이가 잘 때 같이 20분 눈을 붙이는 것이 밤잠 한 시간만큼 도움이 됩니다
  • 찬물 설거지는 미루십시오 — 손목이 아픈 시기에 찬물에 손을 오래 담그면 그날 저녁에 더 붓습니다
무릎담요 위에 놓인 따뜻한 찻잔과 양말

자주 묻는 질문

Q. 산후풍은 평생 간다던데 정말인가요?

아닙니다. 회복하는 힘이 채워지면 시린 느낌과 통증은 줄어듭니다.
다만 그대로 두면 몇 년이 지나도 남습니다. 회복이 모자란 채로 시간만 흐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된 산후풍도 채우는 처방부터 시작하면 되니, 지나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 진료를 받아 보시면 좋겠습니다.

Q. 수유 중인데 한약을 먹어도 되나요?

드실 수 있습니다. 수유 중에 쓰지 않는 약재를 빼고 처방합니다.
오히려 이 시기가 회복이 가장 급한 때입니다. 진료 오실 때 수유 중이라고 말씀해 주시면 그에 맞춰 처방해 드립니다.

Q. 손목이 아파서 정형외과에서 주사를 맞았는데 다시 아픕니다.

주사는 부은 곳을 빠르게 가라앉힙니다. 다만 아이를 안는 동작은 그대로라 다시 붓습니다.
부은 곳을 가라앉히는 것과 함께 안는 자세를 바꾸고 회복하는 힘을 올리는 것이 같이 가야 합니다. 초음파로 어디가 부었는지 확인하고, 손목 치료와 한약을 함께 받으시면 됩니다.

Q. 산후조리를 잘했는데도 왜 아플까요?

조리원에서 잘 쉬셨어도 집에 오신 뒤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아이를 안고 수유하고 밤에 깨는 몇 달 동안 쓰는 양이 채우는 양보다 많습니다.
산후조리는 몇 주가 아니라 첫 6개월로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지금 힘드시면 늦은 것이 아니라 지금이 채울 때입니다. 진료 오시면 어느 것부터 채울지 정해 드립니다.

마무리하며

산후풍으로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엄마들은 다 이러고 산다던데요."

다들 겪는다는 말은 맞습니다. 다만 다들 겪으니 참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회복이 못 따라간 몇 달을 채워 주면 달라집니다.

손목이 아파서 아이를 한 손으로 안고 계시다면, 그것부터 편해지셔야 합니다.

고민되는 증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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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욱

서세욱 대표원장

몸의 불편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습니다. 저는 10년간 그 원인을 눈으로 확인하는 진료를 해왔습니다. 척추·관절 통증은 근골격 초음파(RMSK)로 구조를 직접 확인해 추나요법·약침·초음파 가이드 약침으로 접근하고, 소화·순환·피로처럼 검사에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는 복부 초음파(ARDMS)와 체질 진단을 바탕으로 맞춤 한약으로 접근합니다. 어느 쪽이든, 원인을 확인하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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