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던데, 정말일까요? — 67만 명 분석 연구를 읽어봤습니다
目次
안녕하세요? 이천 경희약손한의원 서세욱 원장입니다.
한약을 처방해 드리려고 하면, 조심스럽게 이런 말씀을 꺼내는 분들이 계십니다.
"원장님, 한약 오래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던데… 괜찮을까요?"
드물게 듣는 질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자주 듣는 걱정 중 하나입니다.
이런 질문에 "괜찮습니다"라고만 답하고 넘어가는 건 성의 없는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실제 연구 두 편을 같이 보려고 합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전국민 건강보험 자료 67만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한약 복용 후 간손상 위험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 다만 그 연구에는 탕약(달여 먹는 한약)이 빠져 있습니다. 보험 적용 엑스제만 집계됐습니다.
- 탕약까지 포함해 실제로 간수치를 측정한 다른 연구에서는 발생률이 0.60%로 보고되었습니다.
-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기저 간질환이 있는 분은 따로 봐야 합니다.
연구 ① — 67만 명을 분석했습니다
「한약 사용과 약인성 간손상의 연관성: 국내 전국 규모 코호트 연구」
Yang T 외, Frontiers in Pharmacology, 2025년, 16권
규모가 남다른 연구입니다.
- 자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의 전국민 청구 자료
- 기간 — 2011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9년치
- 대상 — 약인성 간손상으로 진단받은 672,411명
- 방법 — 자기대조 환자군 연구(SCCS)
여기서 자기대조라는 방식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람마다 원래 간 상태가 다릅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과 안 마시는 사람, 지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단순 비교하면 결과가 왜곡됩니다.
자기대조는 같은 사람의 "약 먹은 기간"과 "안 먹은 기간"을 비교합니다.
비교 대상이 본인이니 체질·생활습관·기저질환 같은 변수가 자동으로 상쇄됩니다. 대규모 자료에서 쓰기 좋은 설계입니다.

결과
약을 쓴 뒤 3~15일 사이에 간손상이 얼마나 더 발생했는지를 배수로 나타낸 값입니다. 1.0이면 "평소와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 한약 처방 후 — 0.99배 (95% 신뢰구간 0.99~0.99)
- 상용 의약품(양약) 처방 후 — 2.44배 (95% 신뢰구간 2.43~2.44)
한약 쪽은 1.0에 붙어 있습니다. 위험이 올라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하겠습니다.
이 숫자가 "양약이 위험하니 한약을 드세요"라는 뜻은 아닙니다.
양약은 간에서 대사되는 약이 많고, 애초에 더 무거운 병에 쓰입니다. 그만큼 관리도 함께 이뤄집니다.
필요한 약을 이 숫자 때문에 끊으시면 안 됩니다. 그건 훨씬 위험한 선택입니다.
참고로 기저 간질환이 있는 분들(62,877명)에서는 한약 노출 후 일부 시점에 위험이 약간 올라갔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연구의 한계 — 여기가 중요합니다
숫자만 보면 "한약은 안전하다"로 끝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저자들이 직접 밝힌 한계가 있고, 그중 하나는 한의원 입장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내용입니다.
1) 탕약이 빠져 있습니다
이 연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엑스제(과립·정제)만 집계했습니다.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달여 먹는 탕약과 비급여 처방은 자료에 잡히지 않습니다.
즉 "한약 전반"이 아니라 "보험 한약제제"의 결과로 읽어야 정확합니다.
2) 진단 코드로만 판단했습니다
K71이라는 질병 코드로 간손상을 세었을 뿐, 혈액검사 수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 약 때문인지"를 따지는 인과성 평가를 할 수 없었습니다.
3) 첫 발생만 분석했습니다
설계상 초기 위험 기간이 실제보다 크게 잡혔을 수 있다고 저자들이 밝혔습니다.
정리하면, 이 연구는 규모는 압도적이지만 우리가 실제로 쓰는 탕약을 담지 못했습니다.
연구 ② — 그래서 탕약까지 본 연구를 같이 봅니다
「국내 한약으로 인한 간손상 발생률에 관한 전국 규모 연구」
Cho JH 외, Archives of Toxicology, 2017년, 91권 4009-4015쪽
이 연구는 규모는 작지만, 앞 연구가 못 한 것을 했습니다.
- 대상 — 전국 한의과대학 부속병원 10곳의 입원환자 1,001명
- 기간 — 2013년 4월 ~ 2016년 1월
- 방법 — 한약 복용 중 14일마다 혈액검사로 간효소를 직접 측정
- 판정 — 국제 기준(CIOMS) + RUCAM 인과성 평가로 "정말 한약 때문인지" 점수화
결과
1,001명 중 6명, 0.60%였습니다. (95% 신뢰구간 0.12~1.08%)
- 6명 전원 여성, 모두 50~60대
- 6명 중 3명은 양약을 함께 복용 중이었습니다
- 6명 모두 자각 증상이 없었습니다. 혈액검사에서만 확인됐습니다
- 6명 모두 한약을 중단한 뒤 회복되었습니다
저는 "증상이 없었다"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몸으로 느껴서 알아차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의 한계도 저자들이 밝혔습니다. 입원환자만 조사해서 외래환자를 그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입원 기간만 추적해 장기 복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복합 처방이라 어떤 약재가 원인인지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두 연구를 겹쳐 보면
재미있게도 두 연구의 약점이 서로 반대입니다.
- 67만 명 연구는 규모는 크지만 탕약이 빠졌고, 검사 수치가 없습니다
- 1,001명 연구는 탕약을 포함해 실제로 수치를 쟀지만, 규모가 작습니다
그래서 둘을 겹쳐 읽으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한약으로 인한 간손상은 드물게 보고됩니다. 다만 아예 없는 일은 아니고,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한약은 간에 나쁘다"도, "한약은 무조건 안전하다"도 지금 근거로는 정확한 말이 아닙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두 연구를 읽고 제가 실제 진료에서 챙기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복용 중인 약을 전부 여쭙습니다
간손상 6명 중 절반이 양약을 함께 드시던 분들이었습니다.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진통제, 건강기능식품까지 빠짐없이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숨기실 이유가 없습니다.
둘째, 필요한 분께는 검사를 권해드립니다
증상 없이 수치만 오르는 경우가 있다는 게 두 연구의 공통된 지점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해당하시면 복용 전 간기능 검사를 권해드립니다.
- 간질환을 앓으신 적이 있거나 현재 치료 중인 경우 — 67만 명 연구에서 이 그룹만 위험이 조금 올라갔습니다
- 양약을 여러 가지 장기 복용 중인 경우
- 음주가 잦은 경우
- 한약을 장기간 드셔야 하는 경우
- 50대 이상 여성 (1,001명 연구에서 사례가 집중된 연령대입니다)
셋째, 복용 중 이런 변화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씀드립니다
- 유난히 피로하고 기운이 없다
- 입맛이 뚝 떨어졌다
- 소변 색이 진해졌다
- 눈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보인다
- 오른쪽 윗배가 불편하다
연구에서는 증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증상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런 변화가 있으면 일단 복용을 멈추고 연락주시는 게 맞습니다.
마무리하며

67만 명을 본 연구도, 1,001명의 간수치를 직접 잰 연구도, 결론은 비슷하게 나옵니다.
드물지만 없지는 않고,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한 문제.
그래서 저는 걱정하시는 분께 "괜찮습니다"라고 잘라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떤 약을 함께 드시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검사를 권하고,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알려드리는 쪽을 택합니다.
걱정하시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물어봐 주시는 편이 저에게도 좋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진료 때 편하게 여쭤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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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경희약손한의원 서세욱 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1. Yang T, Ahn J, Won S, Lee S. Exploring the association between herbal medicine usage and drug-induced liver injury: insights from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using SCCS in South Korea. Frontiers in Pharmacology. 2025;16. doi:10.3389/fphar.2025.1498124
2. Cho JH, Oh DS, Hong SH, et al. A nationwide study of the incidence rate of herb-induced liver injury in Korea. Archives of Toxicology. 2017;91(12):4009-4015.